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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솟이라는 도시. 추석의 단상
    PEOPLE/세상을 보는시각 2017. 10. 4. 17:44

    외국에서 산지도 십년이 넘었다. 친구들이 이제는 돌아와야지 하면 " 노" 라고 단호히 말할정도는 되었다. 태국사람이 된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곳이 익숙해진 것이다.

    당연히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외국인이라는 위치는 언제나 어정쩡하다.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 없으니 세금만 내고 해주는것 없다고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태국에서 특히 여기 국경 매솟은 태국도 아니고 미얀마도 아닌 단지 국경도시이다.

    수많은 불법입국자들이 있고 무슬림 힌두교도들도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가끔 불화가 생기면 태국 사람들은 당당하게 "아엠 콘 타이" 라고 한다. 나는 태국사람이야 라는 뜻이지.


    그래 너 태국사람이다. 그래서 뭐? 하면 아엠 콘 타이를 몇번 더 소리를 지르고 돌아간다.

    사실 고산족들이 태국공민증을 받은것은 십년이 넘지 않는다. 국경은 특히 미얀마인 태국인의 구분도 없어서 태국쪽에 살면 id카드를 받을수 있다.


    자주가는 중국식당에 얼마전 가족들과 밥먹으로 갔다가 얼마동안 보이지 않던 여종업원이 다시 일을 시작을 하였다. 미얀마 사람답지 않게 세련되고 똑똑했는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십중팔구 나이많은 태국인일것이다.

    이런일은 아주 흔한일이니까. 밀입국자끼리 살다가 애놔두고 도망가는 어린부모들보다는 현명하다. 시민권은 죽을때까지 따라 다니니까.


    몇년전에는 열여섯 처녀가 40넘은 노총각 능력도 없고 친구집에서 막일하는 사람과 결혼한 것도 보았다. 그때는 파릇한 청춘이 거래에 넘어갔구나 생각을 했는데 살다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

    세상에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것이 먹고사는일인것이 당연하다. 사랑타령도 먹고살만한 곳에서나

    허용되는 사치일뿐이다.


    나는 아직도 쓰레기 하치장에서 꿈을 찾는 사람들의 꿈이 뭔지 짐작을 할수없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 그들에게도 있는지 또는 그것이 뭔지 직잠조차 하지 못하겠다.


    하루에 불과 이삼천원을 벌기 위하여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는 사람들 어린아이들.

    경찰이 잡으러 와서 숲으로 도망을 가는 불안한 현실에서 마음편히 누울수 있고 먹고싶은것 먹을수 있는 이 쓰레기 하치장이 천국일까?

    쓰레기를 줍는 처녀도 아이도 젊은이들도 어둡지 않다. 양곤과 만달레이에서 온 불법밀입국자도

    경찰만 없으면 매솟이 좋단다.


    얼마전 KBS방송이 취재를 왔었다. 아래 사진들. 

    %건설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돈을 못받아서 일한만큼 돈이 나오는 이곳으로 왔다는 미얀마남자


    원래 집은 파안이었단다 그런데 10년을 넘게 살아 고향은 가고싶지 않다고 한다. 미얀마국적도 태국국적도 없다. 그리고 멀리 있는 처녀는 여기서 태어난 카렌족이다. ( 앞에 있는 청색옷은 내 직원이다)


    저기 움막에 아이를 재워놓는다. 동생들과 이곳에서 일하고 돈을 벌어 먹고산다.



    플라스틱병이 가장 값이 나간다고 한다. 가끔 나오는 장난감이나 망가진 전자제품은 덤 이다.




    아이 뒤로 태국스텝이 찍혔네. 자기가 하이쏘라고 하는 친구이다.방콕의 타마삿대학을 나와서 잘사는 부모덕분에 일도 취미로 한다는 친구이다. 


    이 아이의 얼굴이 더 빛나는 이유는? 


    ->자부심이다.


    손에든 갈고리로 쓰레기 더미를 헤쳐 팔만한 것을 골라낸다. 기대하는 불행한 표정은 없다. 제손으로 돈을 버는 자부심이 더 큰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값싼 연민은 필요치 않다. 가끔 시내에서 만나는 한국에서 온 교인들의 온정에 넘치는 불쌍한 표정도 이들은 원하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은 매우 상대적인것이다. 국경도시라서 벤쯔가 서너대씩가 있는 무역상도 많고 하루 이삼천원 버는 밀입국자도 많다. 그러나 각박하지는 않다. 다 제가번것 자기가 먹고 쓴다.

    이 아이들도 부자 부러워 하지 않는다.


    각박하지 않음 또는 세상 험한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감당하면 되는 매솟이 이들에게는 천국이고 나에게는 편안한곳이 되었다.


    국가가 지켜야 할것은 국민이고 행복을 추구하는것은 시민의 권리이다. 

    국민을 사찰한 이명박, 국민의 뒤통수를 친 박근혜 뒤에서 호위호식하였던 인간들이 적폐청산은 또 다른 적폐다라는 말도 안되는 세상의 추악한 군상을 보며  한마디 하고 싶다.

    아엠 콘 까울리. 나는 대한민국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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